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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8.09.13 무언가 불현듯 떠오른다는 것은.....

어느 한 여배우의 죽음...

2020. 3. 8. 11:23 from stuff

친구에게 전해들은 소식

"이은주가 자살했데..."

"불새에 나온 걔?"


그렇게 뜻하지 않는 곳에서 한 여배우의 죽음소식을 전해 들었다.

 

지금도 포털싸이트에서는 그녀의 사망 소식으로 시끌 벅적 하지만

나는 처음 그녀를 봤을때로 기억의 시간을 되돌린다..


일병 휴가때였나 보다..

나이는 나보다 두살 많지만 군대를 3개월이나 늦게 들어온 죄로 나를 선임으로 모셔야

하는 후임병과 같이 외박을 나오게 되었다.


전주 시내...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왠지 공짜로 얻은듯한 외박에 군인아저씨 둘이는

무엇을 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너무더운 날씨에 우선 극장안으로 들어가자고

의견을 모은후 이상한 공포 일본영화와 "번지점프를 하다" 라는 영화를 사이에 두고

후임은 공포영화를 그리고 나는 "번지점프를 하다"를 주장했다.

 


모든 군대가 그러하듯이 나이는 상관이 없다.....

 


결국 군인아저씨 두명은 무척이나 더웠던 여름날 탈탈거리는 소음을 내는

에어콘이 나오는 극장안으로 들어갔다


주말이었지만 무척이나 더웠던 날씨탓과 극장에 걸린지 꽤 오래된 영화를

애써 시간을 내서 찾는이는 극히 드물었다...

몇안되는 민간인과 군인아저씨 두명을 좌석에 앉히고서는 영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더위에 지쳤는지 그 나이많은 후임은 이내 골아 떨어졌고

나는 어느덧 영화에 몰입해 가고 있었다.

 

예전 사회에 있을때는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한 터라

왠만한 내용과 평론을 읽어보고선 극장을 찾았지만 군대라는 곳이 그러하듯

딱히 정보를 받을만한곳도 없거니와 가요순위 프로그램에 채널이 고정되어있는

내무실의 티비에서 영화채널을 보기란 한낱 일등병에 불과한 나에게는 무리였다.

 

러닝타임이 꽤 길었던 기억이지만 극중에서 이병현과 이은주가 같이 해변가에서

왈츠를 추는 장면이 뇌릿속을 맴도는 가운데 마지막 이병현의 나레이션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그렇게 이은주라는 배우는 내 기억속에 자리 잡았다...

 

이미 고인이 된 배우앞에서 더이상의 말은 불 필요 하겠지만

적어도 한 여배우의 죽음이 뼈속까지 시려오는 뉴욕의 차가운 바람 가운데서

통풍이 안되는 군복을 입고서는 그 뜨거웠던 어느 여름의

군인아저씨로 날 되돌리는 타임머신을 작동시킨것을 보면


한동안 그 소식을 접한 내가

잠시동안 멍해져 있을 수 있는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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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불현듯 떠오른다는 것은.....  (0) 2018.09.13
Posted by 제노™ :

2015 여름 나는 도쿄 출장을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다른 나라를 가기위한 경유라던지 사진을 위한 여행.. 아니면

단순히 유명 관광지 구경을 위한 여행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조차 

 

체크인을 위한다며 나의 여권을 빼앗아가는 직장동료의 손을 보면서 

당장 해결해야할 업무 이슈들설비 사양서등이 머릿속을 채워 버렸다.

 

그래.. 어차피 일인걸’ 이라는 생각에 

다른 동료들은 탑승전 담배의 기운이 필요하다며 흡연실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 했고 

비흡연자인 나는 애매하게 남은 시간에 보통은  들리지 않는 

공항 구석의 작은 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특별히   책들이 있으려나…’ 하며 둘러본 서점 한켠에서  

스웨터를 멋드러지게 걸친 아직은 젋어보이는 하루키와 

고양이 한마리가 정면의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이라는 

 커버 타이틀 조차 “무라카미 하루키 ....라고 적혀있는 책을 빼들고는 

담배냄세가  가시지 않은 동료들과 게이트를 빠져나와 나리타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지니스 출장이란  그렇다.

 

 

약속 장소에 가기전 상대방에게 적당히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가볍게 여기지도 않으며

내가 이정도의 생각으로 미팅에 참석합니다… 라는 수준의 선물을 사들고 

각종 이슈들과 확인해야할 사항들.. 아차.. 그리고 가장 중요한 비지니스 카드!! 등을 챙기며 

몸은 자동화된 기계 처럼 착착 진행되지만 정신적인 피로도는 극한으로 치닿는 일련의 행위들.

 

나만 그런건가?

 

어찌되었건 적당한 비지니스적인 웃음과 때로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웃음기 사라진 표정등을

골고루 지어가며 특별한 이슈 없이 회의는  마무리 된듯 하다.

 

그리고 돌아온 숙소

방구석에 있는 케리어속에 놓여진 공항에서 집어든 . 

 

.. 영감님 에세이는 책장을 펼쳤다 하면 끝까지 읽혀질텐데…’ 

소설과는 다르게 꽤나 캐주얼한 문체의 에세이를 읽을때면 

한번에 쭉 읽혀지는 매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성스러운 의식을 준비하는 주술사의 주문처럼 되세이며 책장을 열었다.

 

불건전한 영혼을 위한 스포츠로서의 마라톤 풀코스

 

 챕터를 읽다가 불현듯 떠올랐다.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

아마 마라톤이라는 주제와 달리기의 내용이 연결된다고 생각해서 였을까?

그렇게 잠시 달리기를 말할때…. 내용을 더듬더듬 기억해 내다가 나의 생각은

처음 소설을 쓰기로 결정했다는 진구구장과 하루키가 도쿄에 돌아오면 

달리기를 위해 진구가이엔을 달린다는 내용에 다다르게 되었다.

 

갑자기 머리속이 바빠지고 먼가 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바빳던 일상에 잊고 있었던 것들과 이번 출장에는 ... 되어있지 않은

장소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

 

 

그래나는 하루키의 소설이 시작된 그곳그리고 달리기를 말할때 배경으로 등장하는 그곳에

가고싶다아니 가야한다. 

 

 

내가 묵고 있는 곳은 신주쿠구 시나노마치의 Hotel Metropolitan Edmont.

핸드폰을 켜고 구글지도를 검색해보았다. 

가장 가까운 역은 이다바시 , JR 주오선을 타고선 시나노마치역에 내리면

나를 설레이게 하였던 그곳에 도착할  있다. 

 

 

다음날 새벽

전날  마친 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직장 동료들과 늦게까지 마셨던 사케와 맥주의 숙취로

늦잠을 퍼지게 자고 싶었지만 (실제로 다음날은  일정이 없어 다들 늦게 만나기로 했다)

일정에는 지장이 없도록 새벽같이 일어나 조깅에 적합한 가벼운 옷을 골라 입고 

호텔을 나섰다.

 

 

아뿔사.. 

비라니

아무리 하루키의  팬이라고 하더라도 비지니스 출장중인데 비를 맞고 조깅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선 호텔앞 페밀리마트에 들어가 내리는 비를 보며 정말 고민했다..

다시 들어가 아쉬운 맘을 끌어안고 침대속으로 들어갈까.

아니면 엄청나게 복잡하다고 소문으로만 접한 한번도 타본적 없는 일본의 지하철을 잡아 탈까.

 

그래.. 누군가 그랬다 못먹어도  라고.

 

다행히 지폐를  먹는 지하철 벤딩머신 덕분에 다소 짧은 구간인 시나노마치역까지의 표를 사고

지하철을 탔다. 

 

비오는 평일의 새벽시간.

아직 출근 하려는 사람도 작고 관광객의 옷차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지니스 캐쥬얼의 옷차림도 아닌

어정쩡한 운동복에 한손에는 편의점표 투명한 우산을  나는 

이방인임을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나마  안되는 현지인들에게는 

딱히 관심조차 줄만한 사람은 아니었고 다들 피곤한 얼굴로 각자 할일 하는 모습은

서울에서와 비슷한 느낌

다음역 안내를 위해 흘러 나오는 여성분의 일본어 열차안의 광고만 히라가나로 적힌 것만 다를뿐

특별함 없이 그렇게 역에 도착 하였다.

 

그사이 비는 더욱 거세졌지만 처음보는 풍경들녹색의 푸르름이 있는 진구가이엔

그리고 진구 구장

그곳을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달리는 사람들싸이클리스트들

 

이곳이 바로 그곳… 드디어 오게 되었다

 

 

 

이런 멋진곳에서 소설이 시작되었고 마라톤을 즐기고 계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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