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8. 11:23ㆍstuff
친구에게 전해들은 소식
"이은주가 자살했데..."
"불새에 나온 걔?"
그렇게 뜻하지 않는 곳에서 한 여배우의 죽음소식을 전해 들었다.
지금도 포털싸이트에서는 그녀의 사망 소식으로 시끌 벅적 하지만
나는 처음 그녀를 봤을때로 기억의 시간을 되돌린다..
일병 휴가때였나 보다..
나이는 나보다 두살 많지만 군대를 3개월이나 늦게 들어온 죄로 나를 선임으로 모셔야
하는 후임병과 같이 외박을 나오게 되었다.
전주 시내...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왠지 공짜로 얻은듯한 외박에 군인아저씨 둘이는
무엇을 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너무더운 날씨에 우선 극장안으로 들어가자고
의견을 모은후 이상한 공포 일본영화와 "번지점프를 하다" 라는 영화를 사이에 두고
후임은 공포영화를 그리고 나는 "번지점프를 하다"를 주장했다.
모든 군대가 그러하듯이 나이는 상관이 없다.....
결국 군인아저씨 두명은 무척이나 더웠던 여름날 탈탈거리는 소음을 내는
에어콘이 나오는 극장안으로 들어갔다
주말이었지만 무척이나 더웠던 날씨탓과 극장에 걸린지 꽤 오래된 영화를
애써 시간을 내서 찾는이는 극히 드물었다...
몇안되는 민간인과 군인아저씨 두명을 좌석에 앉히고서는 영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더위에 지쳤는지 그 나이많은 후임은 이내 골아 떨어졌고
나는 어느덧 영화에 몰입해 가고 있었다.
예전 사회에 있을때는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한 터라
왠만한 내용과 평론을 읽어보고선 극장을 찾았지만 군대라는 곳이 그러하듯
딱히 정보를 받을만한곳도 없거니와 가요순위 프로그램에 채널이 고정되어있는
내무실의 티비에서 영화채널을 보기란 한낱 일등병에 불과한 나에게는 무리였다.
러닝타임이 꽤 길었던 기억이지만 극중에서 이병현과 이은주가 같이 해변가에서
왈츠를 추는 장면이 뇌릿속을 맴도는 가운데 마지막 이병현의 나레이션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그렇게 이은주라는 배우는 내 기억속에 자리 잡았다...
이미 고인이 된 배우앞에서 더이상의 말은 불 필요 하겠지만
적어도 한 여배우의 죽음이 뼈속까지 시려오는 뉴욕의 차가운 바람 가운데서
통풍이 안되는 군복을 입고서는 그 뜨거웠던 어느 여름의
군인아저씨로 날 되돌리는 타임머신을 작동시킨것을 보면
한동안 그 소식을 접한 내가
잠시동안 멍해져 있을 수 있는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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